天竺國에서

2004년 4월 3일 - 天竺國에서

우리는 그들의 삶속으로 결코 한 발자국도 다가설 수 없었다.

그들의 삶은 예측할 수 없는 어떤 계시에 의해 혹은 완고한 어떤 운명의 힘에 의해 지탱되고 있었다. 소위 21세기 문명사회의 일반적 사고로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을 것 같은, 그래서 많은 우리의 예상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는 그들이었다. 그 곳에는 시간이 흐르고 있지 않았다. 시장 바닥의 왁자지껄함 속에서도 혹은 도시를 바삐 돌아다니는 릭샤꾼의 분주한 발놀림 속에서도 그것은 항상 정지태로만 그리고 스틸 사진으로만 다가왔다. 무엇일까? 그들을 이끄는 힘은. 어떤 보이지 않는 실타래에 의해 조종되고 있는 듯한 사람들. 저 허공의 중간쯤을 향하는 그들의 걸음걸음과 눈빛은 도대체 어디에 근거하는 것일까? 그것을 단지 ‘신비’나 혹은 ‘종교적 맹신’으로만 치부할수 있을까? 그렇다면 저들이 가지는 현실에 대한 진지함은 또 무엇인가? 그리고 그 현실적 진지함은 어느순간 바로앞의 내세와도 맞닿아 있는 듯 했다. 현실과 피안의 세계를 종횡하는 수없는 영혼의 교차가 그들을 그토록 신념화시켰을까? 내세를 관통하는 정신적 힘이 그들을 그렇게 단단히 무장시켰을까?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는 바로 그곳에서 우리는 공명되는 그들의 아우라를 얼핏 만난다. 그리고 그 공명은 어느새 하나의 큰 울림으로 바뀌어 우리의 주변을 가득 메운다. 떠나가는 배에 가득한 영혼과 영혼들의 만남, 그 도도한 흐름들. 강은 꼭 그 강의 너비만큼 우리를 저들과 갈라놓는다. 다가설 수 없는 영혼들. 그들은 결코 우리를 거부하지 않지만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 의해 거부되고 있다. 놀람과 충격과 경외감. 도저히 답변이 불가능할 것 같은 질문,질문들. 그들은 도대체 누구이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많은 시간이 지난뒤에야 그들의 통로하나를 어렴풋이 짐작하게 된다. 그들에게는 우리가 가진 두개의 눈외에 또다른 눈이 하나 더 있음을 느낀다. 그것은 육체적 요건을 관장하는 두개의 눈 외의 또 다른 눈. 바로 제 삼의 눈이었다. 그 눈은 양미간 그 어디쯤엔가 있어 그 곳을 통해 그들은 현세와 내세를 왕래하고 있었다. 시공간을 초월한 끝없는 허공속으로 영혼의 간단없는 울림을 토해내고 또 감지해 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 눈은 잘 발달된 촉수가 되어 스스로의 운명의 흐름을 그리고 모든 생명에 대한 거대한 자각을 전달하고 있었다. 꽃을 파는 꼬마뱃사공의 미간에도 제 삼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음을 기억해 낸건 한참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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