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숭동 소묘
“꼬마야 저기 돌멩이 좀 날라주지 않을래?” 얘기가 끝나자마자 혜화국민학교 2학년 꼬맹이는 메고 있던 가방속의 책들을 몽땅 빼내고 운동장 끝에 쌓여있던 자갈들을 빈 가방에 담아 뜀박질로 공수해댔다. 운동장은 이미 자욱한 최루가스로 눈조차 뜨기...
야생의 길 위에서
여기는 몽골 초원 그 가운데 어디쯤이다. 연한 백록의 허브와 보라색 라벤더가 지천으로 깔려 코와 눈을 멀게 한다. 시작이 없고 끝이 없는 아스라한 지평선. 그 끝 즈음해서 너른 하늘이 명징하게 솟아오른다. 스물스물 일어나던 조각 구름들은...
드로잉
드로잉은 거칠고 무계획적이며 도전적이고 아직 곳곳에 혈흔이 배인 날 것이다. 드로잉은 생각의 내리꽂힘이다. 따라서 누구와도 닮을 수 없는, 가장 자기다운 내면의 진한 울림이요 자신을 세상에 일차적으로 투영시키는 손수건만한 창문이다. 드로잉에는 뭇...